이 계약서가 주택인지 상가인지, 처음에는 생각도 안 했다. 에어비앤비를 시작하면서 임대차계약서를 썼는데, 당연히 집이니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5년 지나고 건물주한테 명도 통보를 받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첫 계약에서 특약을 잘못 넣었다는 걸. 보증금 2천만 원, 월세 180만 원짜리 연남동 게스트하우스를 지키기 위해 겪었던 일들을 쓴다.
코로나 한복판, 권리금 500만 원에 넘겨받은 연남동 게스트하우스
2020년에 시작했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 줄줄이 빠지던 시기였다. 나는 네이버에 에어비앤비 호스트 모임 카페가 있었는데, 거기서 매물을 찾았다. 부동산을 통한 게 아니라 임차인끼리 직접 양도양수한 거다. 이전 호스트가 코로나 때문에 운영을 접으면서 시설 일체를 넘기는 조건이었다.
권리금은 500만 원을 줬다. 원래 시설비만 2천만 원 이상 들어간 곳이었는데, 코로나 아니었으면 그 가격에 넘어올 리가 없었다. 손님이 없으니까 하루라도 빨리 빠지고 싶었던 거다. 나한테는 운이었다. 보증금 2천만 원, 월세 180만 원. 홍대 연남동이라 위치는 좋았다. 임차인끼리 양도양수를 할 때는 부동산이 끼지 않는다. 이전 호스트한테 권리금을 주고 시설을 넘겨받은 다음, 건물주한테 직접 연락해서 임대차계약을 새로 썼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차인만 바뀌는 거라 크게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새 계약이니까 보증금이랑 월세 조건을 다시 확인하고, 특약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은 있었다. 이전 호스트가 쓰던 계약 조건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실수의 시작이었다.
계약서를 쓸 때 제일 신경 쓴 건 특약이었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사업자를 내려면 임대인 동의가 필수다. 건물주가 동의 안 하면 사업자등록 자체가 막힌다. 그래서 특약에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하에 사업자를 등록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 건물주한테 전화해서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데까지 며칠이 걸렸다. 외국인한테만 방을 빌려주는 합법적인 민박업이라는 걸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동의는 받았는데, 문제는 이 계약서에 다른 특약을 하나 더 넣었다는 거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넣은 한 줄이, 5년 뒤에 큰 차이를 만들었다.
특약 한 줄의 차이 — 주택임대차를 넣고 후회한 이유
첫 계약서에 "본 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한다"라는 특약을 넣었다. 에어비앤비를 하는 곳이지만 건물 자체가 주택이니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맞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때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몰랐다. 솔직히 계약서 쓰면서 법률 공부를 하고 앉아 있을 여유가 없었다. 빠르게 계약하고 빠르게 운영을 시작해야 했으니까.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에어비앤비처럼 사업자등록을 하고 영업 목적으로 공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건물이 주택이더라도 실제로 사업자를 내고 숙박업으로 돈을 버는 구조라면, 상가임대차로 볼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사업자등록까지 한 상태였으니, 충분히 해당될 수 있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두 법의 계약갱신 기간이 완전히 다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계약갱신청구권이 1회, 최대 4년이다. 그런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계약갱신요구권이 최대 10년까지 보장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장사를 하는데, 계약서 특약 한 줄 때문에 보호받는 기간이 4년이냐 10년이냐가 갈리는 거다. 처음 이걸 알았을 때 정말 허탈했다. 계약서 쓸 때 그 한 줄만 다르게 넣었으면 6년을 더 보호받을 수 있었는데, 그때는 그런 선택지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
이걸 알게 된 건 한참 뒤의 일이다. 운영 초기에는 확정일자 받고 전입신고 하면 보증금은 보호되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보증금만 지키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보증금 보호랑 계약 존속 보호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보증금이 안전해도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거다. 5년 차에 건물주한테 명도 통보가 날아오면서 이 특약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꼈다.
명도 통보가 왔을 때 — 180만 원이 230만 원이 된 날
2025년, 건물주한테서 연락이 왔다. 계약 만료되면 나가달라는 거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를 빼고 임대료를 올려서 새 임차인을 받겠다는 거다. 홍대 연남동 일대가 코로나 이후 몇 년 사이에 임대료가 확 올랐다. 내가 180만 원 내고 있을 때, 주변 비슷한 자리는 이미 200만 원 넘게 거래되고 있었으니 건물주 입장에서는 차이가 아까웠을 거다. 전화를 끊고 한참 멍했다. 5년 동안 쌓아놓은 게 한 번에 날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인테리어에 들인 돈, 에어비앤비 리뷰 수백 개, 슈퍼호스트 자격, 단골 게스트들, 그 자리를 떠나면 전부 의미가 없어지는 것들이었다. 다른 자리를 구해서 새로 시작한다? 다시 인테리어하고, 리뷰 0개부터 쌓고, 사업자등록 다시 내고. 그 과정에 몇 달은 매출이 비게 된다.
결국 협상을 했다. 나가는 것보다는 임대료를 올려주더라도 그 자리에서 계속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이사 비용만 문제가 아니라, 새 자리에서 다시 안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빠지는 매출이 더 큰 손실이었다. 월세 180만 원에서 230만 원으로 올랐다. 50만 원 인상. 연간으로 치면 600만 원이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대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25년 10월에 재계약을 마쳤다. 도장 찍으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만약 첫 계약 때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특약을 넣었더라면 어땠을까. 10년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면, 건물주가 명도를 그렇게 쉽게 들이밀 수 있었을까. 물론 법적 해석은 사안마다 다를 수 있고, 내가 법률 전문가는 아니다. 실제로 적용이 되는지는 전문가한테 확인해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확실히 느낀 게 있다. 에어비앤비처럼 주택에서 사업자를 내고 영업하는 구조는, 주택이냐 상가냐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거다. 나는 주택이니까 주택임대차, 이렇게 단순하게 넣었다가 후회했다. 다음에 새로 계약을 쓸 일이 생기면, 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특약을 넣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