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쪽이 전쟁을 더 길게 끈다는 말, 처음 들으면 이상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올 여름 홍대입구역 근처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면서 비슷한 감각을 몸으로 먼저 느꼈습니다. 협상 뉴스보다 유가 그래프가 제 예약 달력에 먼저 반응했거든요. 이란 전쟁이 글로벌 이슈라는 건 알았지만, 그게 홍대 숙소 한 채까지 닿을 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봉쇄가 이기는 무기가 된 이유
올 초까지만 해도 많은 분들이 폭격이 전황을 결정한다고 봤습니다. 저도 뉴스를 보면서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흐름을 보면 달랐습니다. 군사적 타격보다 경제 봉쇄(Economic Blockade)가 훨씬 빠르게 효과를 냈습니다. 경제 봉쇄란 상대국의 수출입 통로를 틀어막아 외화 수입과 물자 조달을 동시에 차단하는 전략입니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통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 안팎이 이 길목을 통과합니다. 이 해협을 틀어막자 이란의 달러 수입이 끊겼고, 리알화(Rial) 환율이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리알화란 이란의 법정 통화로, 달러 대비 가치가 급락하면 수입 물가가 연쇄적으로 오릅니다. 여기에 항공편까지 90% 가까이 차단되면서 이란은 사실상 고립된 섬이 됐습니다.
에스크로(Escrow) 방식이라는 단어가 이 맥락에서 한 번 더 등장합니다. 에스크로란 거래 당사자 사이에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자금을 예치해 두었다가 조건이 충족되면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1981년 알제 협정 당시 미국과 이란이 인질 석방 대금을 이 방식으로 처리한 선례가 있습니다. 협상 순서 문제, 즉 누가 먼저 양보하느냐는 장치로 풀 수 있다는 근거가 여기서 나옵니다.
그래서 봉쇄 전략이 왜 효과적이었는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달러 유입 차단: 원유 수출을 막아 외화 수입을 끊음
- 은행 거래 전면 중단: UAE·튀르키예·오만 등 우회 거래망까지 압박
- 항공편 봉쇄: 급유·정비 거부로 이란을 사실상 물리적으로 고립
- 동맹 유가 방어: 사우디 송유관 700만 배럴 풀가동으로 유가 폭등 억제
이 네 가지가 맞물리면서 폭격 다섯 달보다 봉쇄 두 달이 더 큰 압박을 만들어냈습니다. 제가 보기엔 군사력이 아니라 결국 회계장부에서 승기가 갈린 셈입니다.
유가가 먼저 움직였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는데, 제 예약 달력은 왜 먼저 살아났을까요. 6월에 채워야 할 7~9월 예약이 눈에 띄게 비었을 때, 저는 한두 달 더 버티다가 결국 숙박비를 20~25% 내렸습니다. 신기하게도 점유율은 평소와 비슷하게 유지됐습니다. 방은 찼는데 단가가 빠진 거라 월 매출이 2,000만 원 안팎에서 1,600~1,700만 원대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 8월이 지나면서 예약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뭔가 결론이 난 게 아니었습니다. 유가가 먼저 내려갔고, 항공권 가격이 따라 내려갔습니다. 손님들은 협상 결과가 아니라 비행기 값에 반응한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거시경제 분석에서는 전쟁 종결 여부를 핵심 변수로 놓는데, 실제 소비자 행동은 유가 → 항공권 → 여행 수요 순서로 훨씬 빠르게 움직입니다.
유가(Oil Price)와 항공권 가격의 상관관계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구조입니다. 항공사 운영비의 20~30%가 연료비인 만큼, 유가가 10% 오르면 항공권 가격이 수 주 안에 반응합니다(출처: IATA Economics). 이란 봉쇄로 호르무즈 통과 물량이 막히면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그 파장이 서울 홍대 숙소 예약 달력까지 도달하는 경로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정산은 달러로 들어와서 원화로 환전되는 구조라, 달러가 강세일 때는 같은 달러 금액도 원화 통장에 더 크게 꽂힙니다. 환율이 완충재 역할을 해준 셈입니다. 매출 숫자가 줄었는데도 실제 통장 잔고는 생각보다 덜 빠진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예약률 회복, 근데 이게 진짜 안심인가
이기는 쪽이 협상 조건을 올리면 전쟁이 오히려 길어진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런 사례가 반복됐습니다. 1982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이 사실상 이긴 뒤 요구 조건을 높이다가 6년을 더 싸운 것이 대표적입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국이 봉쇄를 8개월 더 유지하며 베르사유 조약 서명을 받아낸 것도 같은 패턴입니다. 이기는 쪽에게 시간이 공짜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긴다는 겁니다.
반면, 이란 내부 협상파와 강경파의 역학도 변수입니다. 협상 대표가 뉴욕에 가자 강경파 의회에서 탄핵 얘기가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상선 피격 사건도 혁명수비대(IRGC) 일부가 독자적으로 움직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혁명수비대란 이란의 정규군과 별개로 운영되는 엘리트 군사·정치 조직으로, 최고지도자 직속입니다. 협상파가 테이블에 앉아도 현장 지휘관이 미사일을 쏠 수 있다면, 미국 입장에서 상대를 믿기 어렵고 완벽한 항복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러면 전쟁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직접 운영하면서 느낀 건, 전쟁이 끝나는 게 아니라 유가가 안정되는 것만으로도 예약이 회복됩니다. 지금 내년 날짜 예약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안심 신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란 봉쇄가 장기화되거나 협상이 다시 깨지면 유가는 언제든 다시 튈 수 있습니다. 그때 예약 달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이미 한 번 경험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를 보면, 2025년 여름 원유 수입 단가와 환율 변동이 겹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납니다(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ECOS).
그래서 요즘 저는 협상 타결 뉴스보다 국제 유가 흐름을 먼저 확인합니다. 유가가 다시 오르는 신호가 보이면 숙박비를 내리는 시점을 이번엔 조금 더 일찍 잡을 생각입니다. 지난 여름처럼 버티다가 타이밍을 늦추면 그게 더 손해였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Q. 이란 전쟁이 한국 에어비앤비 예약에까지 영향을 미치나요?
A. 직접적인 연결이 아니라 유가 → 항공권 가격 → 여행 수요 순서로 파급됩니다. 제 경험상 전쟁 뉴스보다 유가 흐름이 예약 달력에 먼저 반응했습니다. 봉쇄로 호르무즈 통과 물량이 막히면 항공유 가격도 오르고, 그게 여행객 지갑에 먼저 닿는 구조입니다.
Q. 미국이 승기를 잡았는데 왜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나요?
A. 이기는 쪽이 협상 가격을 계속 올리는 경향이 역사적으로 반복됩니다. 6월에 봉쇄 해제와 재건 자금을 제시했던 미국이, 9월에는 핵 먼저 포기하라는 조건으로 돌아섰습니다. 여기에 이란 내부 강경파가 협상 테이블을 흔드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Q. 에어비앤비 숙박비를 언제 내리는 게 좋은가요?
A. 저는 버티다가 한 달쯤 늦게 내렸는데, 그게 실수였습니다. 유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항공권 가격이 수 주 안에 반응하고, 여행 수요는 그보다 빠르게 식습니다. 유가 상승 신호가 보이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단가를 조정하는 게 점유율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고 봅니다.
Q. 이란 협상파와 강경파의 차이가 실제로 중요한가요?
A. 협상파가 테이블에 앉아도 강경파나 현장 지휘관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면 협상이 깨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선 피격 사건이 그런 사례로 거론됩니다. 이기는 쪽이 상대를 믿지 못하면 조건을 끝없이 높이거나 완벽한 항복을 요구하게 되고, 그 결과 전쟁이 길어진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어느 쪽 시각이 맞는지는 앞으로 두 달 안에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 같습니다.
Q. 달러 강세가 에어비앤비 수익에 유리한가요?
A. 에어비앤비 정산이 달러로 들어오는 구조라면, 달러 강세 시기에는 같은 달러 금액도 원화로 더 크게 환전됩니다. 올 여름 단가를 내렸는데도 통장 잔고가 생각보다 덜 빠진 게 환율 덕분이었습니다. 다만 환율은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닌 만큼, 단가 전략의 핵심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보조 지표로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숙소 운영 경험과 거시경제 흐름을 결합한 의견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지금 예약이 다시 잘 들어오고 있다고 해서 안심하기보다는, 유가 흐름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가격 조정 타이밍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게 맞겠다 싶습니다. 전쟁이 끝나야 완전히 안정된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종전보다 유가 안정이 먼저 체감된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협상 뉴스보다 정유사 주간 보고서를 먼저 열어보는 게 지금 제 루틴이 됐습니다.
--- 참고: https://youtu.be/mpIXGkbF8aY?si=S7bl9orC0ZXXSgJN